배렴가옥은 두 달간의 창작실험실을 마무리하며 정나영 작가의 입주보고 퍼포먼스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을 진행합니다. 중용에서 차용한 부제 '계신호기소불도 공구호기소불문(戒愼乎其所不睹 恐懼乎其所不聞)'는 보이지 않는 곳과 들리지 않는 곳에서도 경계하고 신중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나요? 반대로 무엇을 보지 않고 듣지 않나요?
김태진 음악감독과 협업하는 이번 퍼포먼스에서 정나영은 사소하고 일상적인 사물인 검은 비닐봉지를 주요한 재료로 삼습니다. 많은 행인과 관객이 잠시 동안 머물러가는 배렴 가옥의 마당을 중심으로 하는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은 가볍게 흔들리는 검은 비닐봉지를 시각과 청각적인 형태로 변환하여 일상의 풍경과 시간들을 재해석합니다.
보고 듣는 것
당신은 일상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있나요? 반대로 무엇을 보지 않고, 듣지 않으시나요? 정나영은 배렴 가옥 창작실험실을 통해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이라는 제목의 퍼포먼스·전시를 진행합니다. 중용에서 차용한 부제인 ‘계신호기소불도 공구호기소불문(戒愼乎其所不睹 恐懼乎其所不聞)’는 (군자는) 보이지 않는 바를 경계하고 삼가며, 들리지 않는 바에도 두려워한다는 뜻으로, 작가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고 듣는 행위를 통한 성찰을 유도합니다.
정나영 작가는 배렴 가옥 창작실험실을 통해 한옥에서 두 달간 체류하며, 배렴 가옥의 구조적인 특징에 주목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북촌 거리에 작게 난 통로를 지나 네모난 문을 열고 들어오면, 입 구(口) 모양의 정원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작가는 배렴 가옥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입(口)을 통해 발생하는 이야기가 모이는 순간, 그리고 흩어져 사라지는 순간들에 영감을 받아 이를 조각, 설치, 음악,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예술 형태로 표현합니다.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진행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주의 깊은 관찰을 통해 일상의 사소함을 ‘사건’으로 만들고, 번역과 변환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형식에 대한 실험입니다.
몹시 일상적이고 사소한 사물인 ‘검은 비닐봉지’는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한 소재로 다루어집니다. 작가는 가볍게 흔들리는 비닐봉지의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특징을 포착하여 일상의 풍경과 시간을 재해석합니다. 먼저 그는 배렴 가옥의 고즈넉하고 안온한 풍경을 속이 텅 빈 소란한 검은 봉지로 가득 채우고, 그 틈에 비닐봉지를 캐스팅하여 제작한 석고 조형물을 위치시킵니다. 뒤이어 작가는 석고 조형물 속에 마이크를 설치하여 주변의 소음을 채집하고, 음악적 언어로 변환합니다. 김태진 음악감독과의 협업은 이 변환의 과정을 더욱 깊게 탐구할 수 있게 만들며 관객에게 ‘보이지 않고 비어 있는(void) 세계’를 채우는 소리의 질감을 경험하게 합니다.
공간을 가득 채운 비닐봉지, 그리고 라이브 연주 사이에 놓인 석고 조형물은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그것이 석고라고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비닐의 형태와 질감을 유사하게 재현합니다. 그럼에도 한 번 인식하게 된 석고 조형물은 더 이상 비닐로 위장할 수 없게 됩니다. 나아가, 우리는 공간에 얼마나 많은 비닐봉지 모양의 석고 조형물이 놓여 있을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정나영이 주목한 것은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이 무엇일지(what)가 아닌, ‘무엇(matter)으로 존재함’ 그 자체인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같은 것을 보고, 들어도 서로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내가 감각한 그 무엇도—어떤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타인에게 적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아마 영원히 불가능할 것입니다. 정나영은 그럼에도 필연적인 실패를 인정하고, 여러 목소리를 거쳐 다양한 스펙트럼의 형태로 감각을 전개해 나갑니다. 일상의 소음은 프로그래밍을 거쳐 멜로디로 변환되고, 비닐 모양의 석고 조형물은 위장하고 발각되기도 합니다. 이 작은 사건들은 번역의 과정에서 유실되고 오역되는 가운데,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제스처만이 남아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흘러가는 오늘의 일상에서 당신을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있나요?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보고, 들으면서 세계의 모양을 더듬고 서로를 이해하려 하는 오늘 우리의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이규식│기획자(서울시립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학예연구사)
배렴 가옥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89)
2023.12.16.토 배렴가옥(@seoulbrhouse)
전시와 퍼포먼스 14:00–17:00
라이브 퍼포먼스 14:00, 15:00
-협업: 김태진 음악감독
이규식(@fairyofsul)
정나영(@nayoungjeong)
김태진(@mannykim_composer)
고정균, 최주웅
이정근(@junkretejungle)
김정현
이한빈
서울특별시
홍익대학교 산학협력단
삼아사운드(유), HK Audio, Shure, K&M
가옥 방문(예약 없음)
무료
02) 765-1375
주소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89
운영시간 매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월요일 및 공휴일 휴무)
문의 seoulbrhous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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