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렴 가옥이 올해의 두 번째 창작실험실 입주보고전 <타인의 생활>을 엽니다.
일상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박정윤>이 참여한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그동안 그려온 아름다운 일상과 더불어 배렴 가옥에 머무는 동안, 입주자인 나와 관람객인 타인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담겨 있습니다. 장마가 물러가고 햇살이 뜨겁게 내리쬘 이 시기, 여행자의 마음으로 가옥에 방문하시어 나를 닮은 그림을 찾아보고 가옥에서 준비한 작은 선물도 받아보세요.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타인을 느끼고 바라보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것 같이 항상 겪는 일이다. 그렇기에 타인의 생활은 당신의 기억과 세계 속에서도 그저 희미한 점이다. 타인이 보는 당신의 생활도 다를 바 없다. 우연히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속에 있었을 뿐 별다른 접점 없이 스치는 인연이라고 서로 생각할 따름이다.
이제 타인을 바라보는 방법을 바꿔보자. 먼저 앞, 뒤,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대상을 찾는다. 대상을 찾았으면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하고, 특징을 수수하고 솔직하게 그려본다. 머리카락과 옷과 얼굴의 표정뿐만 아니라 그의 행동 속으로 조금 비집고 들어가 본다. 이렇게 타인을 당신의 풍경 속에 담으면 또 다른 세계가 만들어진다. 희미한 점들이 생활과 경험을 공유하는 관계로 거듭난 것이다. 박정윤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올여름, 관찰 장소를 배렴 가옥으로 택했다. 특별한 장소에 머무르며 타인을 바라보고 또한 타인에게 바라보여지기 함이다. 이곳에서 작가는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일상의 장면을 빌어 자신의 시선을 작품 곳곳에 새겨 넣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계는 형이상학적이지도 난해하지도 않다. 오히려 솔직하고 쉽다. 관람자는 작품 속의 숨겨진 의미를 찾기보다, 작품을 보고 떠오르는 심상을 마음속에 담아 두기만 하면 된다.
당신은 여행자다. 또한, 대상으로 가득 찬 세계에 던져진 관찰자다. 마주친 사물을 하나둘 바라보며 의미를 찾고 기억으로 끌어당겨 보자. 잊지 않도록 재빨리 마음속 빈 공간에 그려넣어 보자. 그리고 이따금 품속에서 꺼내어 그 순간의 공기와 온도, 떨림 같은 것을 되새겨보자. 이렇게 그려진 당신의 세계는 한 움큼 더 싱그럽고 풍성해질 것이다.
윤현필│기획자
배렴 가옥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89)
2023.07.25(화) ~ 08.06(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박정윤 / @jeongyoon_b
가옥 방문(예약 없음)
무료
02) 765-1375
주소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89
운영시간 매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월요일 및 공휴일 휴무)
문의 seoulbrhous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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