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실험실>은 한옥에서의 머무름을 통해 창작자들이 새로운 작업의 영감을 얻게 하는 작가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창작 실험실>에서 탄생한 작업물은 전시 또는 오픈 스튜디오, 워크샵 등 다양한 모습으로 시민과 만나게 됩니다. 매회 다른 창작자와 만들어 가는, 새로운 배렴 가옥의 모습을 기대해 주세요.
이번 창작 실험실은 동양화 뉴비들 '늅늅늅'과 함께 합니다. '늅늅늅'은 창작 실험실을 앞두고 결성된 동양화 전공의 대학생 팀입니다. 이번 창작 실험실에서 '늅늅늅'은 초심자(Newbie)의 눈으로 동양화-한국화 장르를 재미있게 비틀어 보려 합니다.
동양화를 시작하였을 때,각자에게 동양화가 무엇인지 보다는 어떤 지점이 재미가 있거나 감동 혹은 의미를 만들어 주는지가 중요했을 것이다. 어쩌면 동양화의 명칭과 정체성은 사실 전공자들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지엽적인 것이다.
과거 전통의 시대에 그림을 그렸던 선조들은 장르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그림을 그렸을지, 아니면 기법을 개의치 않고 자신을 드러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 자신만의 호흡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 했을 것이다.
동양화에서 호흡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호흡이란 붓질을 할 때의 손의 움직임, 붓과 종이 사이의 간격, 그리고 붓에서 떨어지는 자신의 숨결의 정도를 제어하는 기술적 요소이다. 더욱이 호흡은 작가의 정서와 철학, 그리고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과의 들숨과 날숨을 이루는 예술적 요소이기도 하다.
동양화에서의 호흡은 '한 번에 뻗어내기'가 특징이다. 자신에게 내재된 것을 바탕으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획을 집행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마음과 몸을 한껏 집중시켜서 최대한의 나 자체가 발휘되는 순간적 관계의 연속이다. 이는 필선의 절(節)로 나타나고 채색의 염(染)인 스며듦의 층위로 발현된다. 마치 대상의 '들숨'과 '날숨'이 섞인,한 호흡의 춤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현대 동양화는 분명 호흡의 원형이 아닌 변형의 상태를 보인다. 또한 여러 제약으로 인해 자신만의 호흡이 어떤 것인지 살필 겨를도 없고 남(과거)의 호흡에 의존하거나 아예 탈장르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다수다. 그래서 이번 배렴 가옥 '동양화 뉴비들'창작실험실은 동양화이되 동양화가 아닌 것을 지향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뉴비들의 뉴비는 Newbie로,초보자라는 뜻을 가진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를 '늅'으로 줄여 말하기도 한다.
이번 입주 보고전 '동양화 뉴비들'은 크게 두 가지의 페이즈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각자가 생각하는 동양화에 관한 고정관념을 살펴 표현한 페이즈1이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원래 호흡이 어떤지 미숙하더라도 느끼고 각자의 '날 것'을 나름의 호흡으로 드러낸 페이즈2가 이어진다.
동양화가 재밌어서 시작했다는 4인의 학생들이 대학을 다니면서 재미가 없어진 동양화의 재미를 되찾고,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자기만의 살아있는 그림을 뱉어 보았다.또한 장르가 가지는 압박감과 전통에의 거부감을 떨쳐버리고,동시대의 새로운 것들에 대한 신선한 호흡을 담아 이번 입주 보고전을 준비하였다.2023년 우리의 '뉴비들'이 보여주는 '동양화'가 기존의 고인물 동양화'에 어떻게 접근할지 기대하고 함께 고민해 보자.
한경원│기획자
그림의 장르를 결정하는 것은 작가 본인의 정체성이다. 작가가 어디에 몸담고 있느냐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그림 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장르의 특성, 그리고 작가가 자신의 그림을 무엇으로 정의하냐에 따라서 작품의 카테고리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동양화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동양화의 사랑하는 요소들을 담아 내가 사랑하는 무언가를 그린다면 그림이 동양화라는 본질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동양화’라는 장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이용하고 있을까. 내가 동양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기운생동’이다. 창작자의 마음과 그동안 살아왔던 일대기, 추구하고자 하는 신념, 목표, 꿈 같은 것들이 모두 어우러져 붓에 담겨 하나의 ‘기’로서 그림에 담기는 것이 기운생동이다. 그림 속에 나의 모든 것을 최대한 담아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나’라는 사람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민채홍
동양화 장르를 몰랐던 때부터 역사책에 나온 조선시대 풍속화를 달달 외우기 바빴다. 인식하지 못했지만,그것이 나와 동양화와의 첫 만남이다. 전공자가 되고 나서는 산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나에게 주입된 동양화는 비전공과 전공의 사이에서 존재한다. 주입에서 벗어난 동양화는 자유롭지만 불안하다. 그럼에도 나의 동양화는, 나만의 시선으로 본 세상의 불완전한 기운생동을 펼쳐낸다.
양드레
내 생각에 동양화 하면 생각나는 그림은 산수화이다. 나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 또한 동양화 하면 산수화를 떠올릴 것이다. 동양화 입시를 하면서 가장 많이 연습했고 자신 있다고 생각한 그림도 산수화였다. 그렇기에 1부, '주입된 동양화'에서는 산수화를 그렸다.
'2부,‘내가 생각하는 동양화와 기운생동'에서는 평소 가볍게 낙서를 하며 그리던 생물들을 그리고 그것들에게 살아가는 환경을 조성해 줬다. 낙서로 그려진 생물들은 큰 생각을 하지 않아도 그려지는 것으로 보아 나의 머릿속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다. 이것들을 끄집어내어 공간을 부여함으로써 생명을 넣어줬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동양화에 기운생동과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한평호
실상 동양화의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작업을 접하기에, 형식적인 면에서 큰 제약은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동양화’ 자체에 대해 고민하기 보다 그리고 싶은 걸 그려왔다. ‘주입된 동양화’라는 주제를 받았을 때 묘한 막막함을 느꼈다. ‘나’와는 별개로, 자연을 좋아하고, 사생을 즐기고, 소외된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캐릭터가 부여된 느낌이었다.
견고하지 않은 연기에서 나오는 부자연스러움은 애매한 고정관념의 산물이었다. 내가 인식하는 자연은 생각보다 자연에 가깝지 않지만 나는 그 점을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동양스러움’을 공유하는 이야기들을 발견하는 데 주목했다.
홍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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