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실종 >
창작과 전시 프로젝트 기획전
하루에도 한 사람의 내부와 사회 혹은 전 우주에서 수많은 것이 태어나고 만났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여기에 수많은 우연과 선택으로 만난 열한 명의 작가들이 있다.
공백으로 시작하는 전시의 제목, ʻ( ) 실종ʼ은 물리적인 대상뿐 아니라 성질과 의미, 형식의 부재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 사람의 예술인으로서 작가들은 어떤 실종을 겪어 왔으며 그것을 어떻게 마주하려는 것일까.
김유민은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을 사진을 이용해 재구성한다. 그가 비단에 흐릿하게 그린 이미지들은 은은한 빛에 따라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간다. 임세빈은 온라인에서만 존재했던 본인의 자아를 오프라인에 소환한다. 세빈은 캐릭터를 장지와 필름지에 중첩하여 유동적인 자아를 재확인한다. 정산하는 노력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기억을 투명한 아크릴판에 실루엣으로 그린다. 산하가 장지에 그린 그림은 순간의 감정과 분위기를 흐릿하게 그린 풍경화다. 그런가 하면, 조현지는 유년기에 두려워했던 대상을 들추며 동심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두려움을 괴물의 모습으로 만들어 실체를 대면하려 한다. 홍세영은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튀어나오는 오류를 발견하고, 마침내 감정 자체가 실종되고야 마는 상황을 그린다. 이들은 감정의 결핍, 혹은 대상의 상실과 같은 경험을 이야기한다.
실종을 개인적 경험으로 다루는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사회적 실종을 다루는 이들도 있다. 정영권은 개인이 집단 속에서 사라졌다고 느낀다. 영권의 그림에서 개인은 눈을 감거나 목을 매단 사람과 같은 강렬한 이미지로 드러난다. 한편, 박수진은 모든 것이 보존되어야 하는 문화재인 한옥에서 보존성의 실종을 다루는데, 사탕이 들어간 비누는 사람들이 손을 씻음에 따라 실시간으로 사라진다. 또 다른 작가들은 형식의 부재를 이야기한다. 고명주는 작업이 필연적으로 의미를 내재해야만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에 질문을 던진다. 가옥 곳곳에 숨긴 검은색 화판을 발견하면서 관객은 각자의 의미도 함께 찾아야 한다. 박세진은 동양화의 존재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종교적인 은유로 표현한다. 동양화의 이단으로써 세진이 만든 작품들은 가옥의 내부와 외부에 숨겨져 있다. 박유진 또한 동양화를 다시금 바라본다. 여러 겹의 한지를 구기고 말려서 만든 조형물들은 평면과 달리 독특한 형상으로서 존재한다. 신상준은 이번 작업을 끝으로 기존에 조명했던 것들을 떠나보낸다. 상준은 자신의 명상적인 작업에 자발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작가들이 ʻ실종ʼ에 대하여 남긴 무언가를 감상할 차례다. 현재 주거지의 의미를 잃고 새로이 전시 공간으로 역할하고 있는 배렴가옥은 열한 명의 작가들과 어떤 채워진 공백을 만들어 낼까.
배렴 가옥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89)
2022.12.9(금)~ 12.18(일),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오전 10시~ 오후 6시(12.9. 오후 5시 오픈)
고명주, 김유민, 박세진, 박수진, 박유진, 신상준, 임세빈, 정산하, 정영권, 조현지, 홍세영
가옥 방문(예약 없음, 방역수칙 준수)
무료
02) 765-1375
주소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89
운영시간 매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월요일 및 공휴일 휴무)
문의 seoulbrhouse@gmail.com
행사 및 전시와 관련된 문의는 이메일로 접수해주세요.
Copyright 2023. All rights reserved 배렴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