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름과 어떤 어울림이 있는 한낮
서울시 공공한옥 배렴가옥은 [STAY]라는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제안하는 연속 기획의 첫 번째로 을 개최합니다. 길지 않은 생을 살았지만 한국화의 거목으로서 화가이자 교육자로 활약했던 배렴 선생을 기리는 이곳에서 시도할 수 있는 여러 전시 중 이번 단체전을 기획한 의도와 참여작가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한옥이 가지고 있는 좌식, 와식 구조는 산수화를 감상함에 있어 어쩌면 그 어떤 장르보다도 추구 또는 확보되어야 할 ‘머무름’의 미학을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제한된 집합 인원이 관람을 해야 하는 방역의무는 거꾸로는 보다 개인적인 시간과 공간 사용을 보편화하는 계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마치 비정부 환경단체와 각국 정부의 노력에도 나아지지 않았던 공기가 코로나로 인해 맑아져 깨끗한 산수를 볼 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처럼, 배렴가옥은 위기 속에서 한국 건축의 특장점인 온돌 문화에서 새로운 전시 감상 태도를 찾았습니다.
Midday Stays in Harmony
Bae Ryeom’s house, the public Hanok in Seoul, presents [GOOD AFTERNOON: The Midday Moon], the first of the showcases [STAY] proposing a new form of an exhibition. Lived not a long life but deeply rooted as a great man in the history of Korean painting, Bae Ryeom played active roles as both a painter and an educator. Among many possible exhibitions that can be arranged in his residence tributing to his life, I am pleased to present the purpose of this group exhibition and the artists participating in the show.
The structure of Hanok designed for sedentary lifestyles helps to embrace the beauty of STAY, the aesthetics to be pursued or secured to appreciate Korean landscape paintings. Especially in this post-COVID-19 era, the regulation limiting the number of people allowed to view the exhibition at one time to prevent epidemics serves on the flip side as a ground spreading the use of personal time and space more in general. As if ironically, the air, that had not gotten better despite the efforts of many environmental organizations and the governments of each country, became finally fresher enough to enjoy a clear landscape after COVID-19, within the crisis, Bae Ryeom’s house found a new way to enjoy the exhibition from the significant feature of Korean architecture, Ondol - the traditional floor heating system.
공기가 조금 맑아져서일까, 정신이 없던 어느 날 오후 멍하니 하늘을 보다가 낮에 뜬 달을 보고 생각에 잠긴 적이 있습니다. 모이기 어렵고 클럽하우스의 집단 음성 교환으로도 무언가 허전한 이 시대에 그래도 저 달을 보고 있는 나 같은 많은 이들이 말없이 마음으로 교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해체됨으로써 조화를 모색하는 포스트 모던의 시대, 서구의 눈에서 ‘고요한 아침’으로 표상되던 모던 시대를 풍미하고 지금은 없는 배렴 선생이 두고 간 예술적 혼을 여전히 말없이 머물러 볼 수 있는 것처럼 ‘오늘날의 산수’를 다양하게 구현하고 있는 작가들의 ‘지금-여기’를 각자 마음의 눈으로 음미해보시기 바랍니다.
Perhaps since the air got crisper than before, I once have lost in a brown study in a hectic afternoon while looking up the sky with the midday moon. Today, it becomes hard to get together, and in these somehow lonely days, even with the exchange of voices over the Clubhouse, I assume the people gazing at the moon, like myself, are communing with others without many words. In the post-modern era where we are seeking harmony from deconstruction, we can still stay here and looking at the artistic soul left behind in the house by the Mr. Bae Ryeom – a man no longer here anymore but who had highly influenced the modern times of Korea reflected in the eyes of the Westerners as “The Morning Calm”. Please enjoy the artists’ NOW AND HERE giving diverse shapes to the contemporary Sansuhwa, the Korean landscape paintings.
한경원, 소미정, 이승희, 유혜경, 박소현, 류갑규, 김근정, 조은정, 김현희라는 현역 한국화가 및 가구 작가 9인의 엄선된 작품으로 채워진 이번 전시는 장르적으로 ‘오늘날의 산수화’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는 배렴 선생이 가장 많이 그렸던 장르인 산수화를 바라보는 방법으로서 필법의 어김없는 계승자를 찾는 것보다는 배렴 세대 이후의 산수화가 한국화의 지평을 얼마나 넓혔고, 어떤 다양성을 보이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The exhibition involves the selected artworks of 9 Korean painters and furniture artists, Han Kyoungwon, SOH Meejung, Lee Seunghee, Yu Haekyung, Park Sohyun, Ryu Kapkyu, Kim Keunjung, Cho Eunjung(FURMIN), Kim Hyunhee, focusing on presenting the Sansuwha as an independent genre. It can be one means to understand Sansuwha – the favorite form of painting of Mr. Bae Ryeom - in the contemporary context. Rather than searching for the unerring successor of his style of drawing, here is another opportunity to take delight in enjoying how the Korean landscape painting has expanded its horizon by embracing more diversity in styles since Bae Ryeom.
특히 산수화는 한국의 자연에 대한 사실적 묘사와 함께 내면의 심상까지 드러낸다는 점에서 주목 받은 겸재 정선 이후 전통수묵화법을 이은 이상범과 그의 사사를 받은 배렴 선생에 대한 계승과 재해석을 동시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를 사실과 추상, 근경과 원경, 평면과 입체, 전통적 매체와 현대적 매체를 넘나드는 오늘날의 작품 세계로부터 ‘어떤 어울림’이라는 개념으로 구성해본 것입니다.
After Gyeomjae Jeongseon came to the forefront of the Korean landscape painting history with his depiction of scenic beauty in both realistic and emotional approaches, Sansuwha cannot be discussed without considering both transmission and reinterpretation of the traditional ink painting styles of Mr. Bae Ryeom inherited from Yi Sang-Bom by learning. The exhibition links the tradition to a concept HARMONY derived from the world of artworks crossing the line between realistic and abstract, close and distant, planar and non-planar, and traditional and modern media.
한경원 작가는 전통 수묵화 기법에 불을 이용한 그을림 기법이라는 독창적인 창작 방식을 구현함으로써 산수화의 새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Han Kyoungwon opens a new horizon of Sansuwha by inventing a unique method, adapting fire on the traditional ink drawing technique to blacken the painting with soot.
소미정 작가는 DMZ 등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산수를 평면과 오브제로 포착하고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이승희 작가는 한국화적인 세필을 펜으로도 작업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내면의 치유를 통해 스스로가 산수화가 되어가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SOH Meejung captures the landscape and draws out the scenes as planar objects with her interest in DMZ and the relationship between humans and nature.
이승희 작가는 한국화적인 세필을 펜으로도 작업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내면의 치유를 통해 스스로가 산수화가 되어가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Lee Seunghee substitutes a thin brush with a fine pen to achieve the traditional Korean painting style, turning into a Sansuwha herself through self-examination and the inner healing process.
유혜경 작가는 우리 근처에 있지만 낯선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을 상상의 산수화로 그려냄으로써 산수의 정수인 정신적 세계관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Yu Haekyung pursues the spiritual view of the world, which is the essence of Sansuwha, by drawing heterotopic places that are close to us yet to be unfamiliar into the imaginative landscape.
박소현 작가는 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일상의 풍경을 부유하는 물덩이 등으로 소환함으로써 현대적인 산수화와 그 요소들로 설치하곤 합니다.
Based on her interest in water, Park Sohyun installs the modern Sansuwha and its elements by summoning drops and balls of water floating around the daily landscape.
류갑규 작가는 빙폭을 그려내는 데 천착함으로써 자연의 강인함 앞의 인간을 탐구하는 동시에 빙폭 조립도 등 우연성을 보여주는 신선한 시도가 특징적입니다.
Ryu Kapkyu delves deeper into drawing glacier falls to study human facing the toughness of Mother Nature, and his fresh attempts to show happenstance through works such as glacier fall assembly drawing is exceptional.
김근정 작가는 십장생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산수화 모티브의 현대적 시각매체로서 일월오봉도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Kim Keunjung represents the motives of traditional Sun, Moon, and Five Peaks as a medium of modern visuals through her reinterpretation of the ten traditional symbols of longevity, titled as Story of Ten.
조은정 작가는 민화를 전통 가구에 녹여낸 FURMIN 에디션들을 통해 작품인 동시에 제품으로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Cho Eunjung applies folk paintings to her furniture, called FURMIN edition, and the series is beloved by people equally as household hardware and as an art piece.
김현희 작가는 한국의 전통 가구의 조립방식에 자신만의 현대적 소재와 미학을 보여줌으로써 멋스러우면서도 패러다임에 대해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는 시각예술가로서의 관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Kim Hyunhee is recognized as a visual artist questioning paradigm, and she applies modern materials and aesthetics to traditional furniture and its construction methods.
또한 이번 전시에는 고미술 및 기획전시 전문가로서 공간기획을 맡아주신 조선앤틱의 김용재 대표, 새 로고와 홈페이지 및 VR 시스템 구축을 위해 애써주신 ABOUTBRAND의 권도운 대표, 포스터 디자인과 전시 사진 및 작가 인터뷰 촬영에서 열정을 다해주신 이민화 비주얼 디렉터 등 많은 협업자들의 공이 있었습니다. 작가분들이 직접 골라준 책과 앨범들도 오늘날의 산수화를 앉아서, 그리고 누워서 감상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The exhibition could not be accomplished without our friends and supporters: Kim Yongjae, the CEO of Chosun Antique, participated in this show as a spatial director and expertise of antique art; Kwon Doun, the CEO of ABOUTBRAND, contributed to developing a new logo, website, and the VR system for this project; Lee Minhwa, the visual director, put great effort into all the interview images, exhibition photographs, and artwork designs; and more thanks to all beyond words. Seated or lay down, please also take pleasure in treasuring the books and albums selected by the artists while appreciating the Sansuhwa of this present day.
이렇듯 회화와 오브제, 설치, 가구가 모두 어우러진 공간 배렴가옥에서 여러분이 온전한 50분을 즐길 수 있기를, 그래서 산수화의 오늘을 감상하고 사유하며 새로운 감각을 경험하는 ‘한낮’이 되시길 바랍니다. 굳 애프터눈!
At Bae Ryeom’s house, where paintings, objects, installations, and furniture are in harmony, I hope you enjoy all the 50 minutes within the space. Have wonderful midday appreciating the moment of today’s Sansuwha, reflecting upon oneself, and experiencing the new feels. Good Afternoon!
■글 배민영 배렴가옥 기획전시팀장
■Written by Bae Minyoung, The exhibition director of Bae Ryeom’s house museum Translated by Kim Hyo June, The curator of Gong Jang gallery.
배렴 가옥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89)
2021년 5월 1일부터 2021년 5월 30일까지
김근정, 김현희, 류갑규, 박소현, 소미정, 유혜경, 이승희, 조은정, 한경원
회당 1팀, 신청자 포함 최대 4인
- 전시 관람은 회차별로 진행되며 한 회차당 50분으로 진행됩니다.
- 전시 관람은 오전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며 총 6회차로 진행됩니다.
- 오후 12시부터 오후1시까지는 점심시간으로 전시 관람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 회차별 1팀 단위로 예약을 받으며, 예약자는 동행하는 일행과 동반 입장이 가능합니다.
무료
- 본 전시는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시간당 4인 이하의 관람객을 예약제로 받고 있습니다. 대표 1인이 예약을 하여 동반 3인까지 입장할 수 있습니다. 인원제한을 엄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전시는 무료입장이며 위와 같이 소수 예약제로 진행되는 만큼 NO-SHOW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히 판단하여 예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시 예약은 네이버 예약을 통해 접수받고 있으며, 네이버 예약이 아닌 별도 예약 문의는 이메일 또는 유선으로 문의가 가능합니다.
Mail. seoulbrhouse@gmail.com
Tel. 02-765-1375
주소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89
운영시간 매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월요일 및 공휴일 휴무)
문의 seoulbrhouse@gmail.com
행사 및 전시와 관련된 문의는 이메일로 접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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