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서문

CO-CREATION  KALEIDOSCOPE CITY: SEOUL /  함께 완성하는 만화경 도시: 서울

진품성(Authenticity)은 시간과 장소 안에서의 예술작품이 가진 원본의 독특한 존재 양식이며, 이것은 “원본이 지금 이곳에 있음(the Here and Now)"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발터 벤야민(1892~1940)은 <기술적 복제가능성 시대의 예술작품, 1935>에서 말했다. 이것이 우리가 복제할 수 없는 예술 작품에서의 본질인 아우라(Aura)라고 정의하였다. 전통에 근간을 둔 예술은 기술의 발전에 의해 원본이 복제가 되고 이러한 복제가능성이 예술이 가진 본질에 질적 변화를 불러일으켰다고 보았다.

벤야민은 복제된 예술품에 의해 아우라의 파괴가 초래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매체기술에 의한 예술 복제는 실재(the Real)와 모사(the Copy)에 관한 물음을 불러일으켰고, 아우라가 파괴된 복제된 예술품에 관한 의미를 장 보드리야르(1929~2007)는  원본도 사실성도 없는 실재, 즉 파생 실제의 모델들을 가지고 산출하는 작업인 시뮬라시옹(Simulation)으로 정의하였다. 실재로부터 복제된 이미지를 구별해 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는 이미지가 더이상 실재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실제가 되었고, 이것이 시뮬라시옹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원본의 또 다른 재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원본으로 간주되기도 하는 통합(Unification)의 의미를 내포한다.

2021년 한옥의 공간을 위한 설치는 시민과 함께 완성하는 서울을 만들어내고자 하였다. 각자가 생각하는 육각의 모듈은 새로운 기억속의 서울의 기억의 파편으로 환원되어 시각화 된다. “함께 완성하는 만화경 도시: 서울”은 배렴 가옥에서 진행하는 예술 x 실험으로 시민과 함께 완성하는 참여예술 프로젝트로써, 시민참여의 시간을 통해 각자의 기억속의 서울 이야기, 배렴가옥의 이야기를 육각형 모듈에 담아 내게 된다. 이를 활용하여 새로운 시민 참여형 예술작품을 제안한다.

또한 공간과 소통하는 미술, 즉 장소 특정적 설치(Site-Specific Installation)를 추구하며. 빛과 그림자를 활용하여 완성된 이머시브 공간은 바닥, 천장 그리고 벽으로 확장되어 뉴미디어 아트와 섬유미술을 융합한 학제간 예술(Interdiciplinary Art)로 확장한다.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시도한 설치 작업과 다양한 미디어 장르 [움직이는 조각(Kinetic Sculpture), 상호작용형 텍스타일(Interactive Textile), 빛을 이용한 섬유 작품(Light Fiber Art)] 등을 시도하여 학제간 예술(Interdisciplinary Art)로 확장한다.

김종옥 / 2021 작가노트 중에서


김종옥 작가는 부드러운 천에 이미지를 직조하여 그려내거나 염색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경험한 공간의 기억을 펼치기도 하고, 최근에 와서는 자신이 경험한 도시의 이미지를 2차원적 평면에 표현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3차원적 공간에 입체적 작품으로 제시하고 여기에 조명이나 움직임 등의 추가적인 요소를 개입시켜서 종합적인 설치 작업으로 표현하는 형식으로까지 작품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만화경Kaleidoscope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데, 화면의 중심을 기준으로 이미지가 복수로 회전하면 서 자기 증식되는 형식으로 나타나는 만화경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작품이 전시장 한 곳을 점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육면체들은 이웃한 육면체와 면 접합을 이루며 공간에서 세포 증식 현상처럼 공간을 뻗어 나아가며 공간에 부유하는 듯 떠 있고, 그 형상에 조명과 음향 등이 추가되어 전시장 공간은 종합적인 감각의 융합을 이루고 있다.

하나의 단위가 육면체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에 담겨진 이미지들은 자세히 보면 이제까지 작가의 체류를 기록한 대도시의 고층 건물의 이미지들로서 중심에서 점 대칭을 이루며 자기 복제되고 있다.

- 하계훈  / 미술평론가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딘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도시의 야경이 보인다. 환상적인 첫인상을 뒤로 하고 좀 더 차분히 들여다 보니 전체를 구성하는 것은 육각형의 모듈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는 모양이다. 다시 한 번 눈길을 주어 각각의 모양을 살펴보니 가죽 소재에 반복, 변형시킨 도시의 모습을 디자인한 패턴을 레이저로 커팅한 것이고, 이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전체를 이루고 있다.

각각의 모듈에 디자인된 패턴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면서도 무언가 왜곡되어 있는 도시의 모습이다. 이쯤 되어 보니 이번 전시의 제목에 대한 이해가 따라온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만화경萬華鏡 속 단순한 이미지의 반복, 그 모습이다. 여기에 조명과 실재 도시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들을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애프터이펙트로 왜곡시키고 반복하여 편집한 영상, 사운드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한 사운드가 더해졌다.

김종옥은 새로운 작업을 선보일 때마다 작가 본인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섬유의 물성, 수작업이라는 커다란 흐름을 지키면 서 시각적인 형식에 변화를 주었다.

초기 몇의 작품에 작가의 조형 의지만이 작품에 반영되었다면, 근래 들어 선보이는 작품은 관람객 개인의 조형의지를 발현할 수 있는 여지와 공간을 동시에 제공하였다. 육각형 모듈의 반복에 맞춘 조명, 사운드, 영상의 결합은 안정된 자세로 공간에 존재하지만, 동시에 이 조화는 깊이를 만들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암시하여 보는 사람에게 심적 반향을 일으킨다.

조명으로 인한 그림자는 작품을 외적으로 확장하여 감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해 작품과 보는 이와의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다. 김종옥이 한국에 돌아와 처음으로 선보인 공간은 고정적인 형태로 관람객에게 안정감을 주는 작품이었다. 이제는 섬유조형물에 조명, 소리, 그리고 영상을 더해 움직임과 깊이감을 주어 관람자에게 시각적인 환영을 느끼게 해 준다. 김종옥의 작품은 예술의 발전을 설명하며'발전, 쇠퇴'라는 말보다'진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알로이스 리글Alois Riegl 이 말하는'시각적인 미술'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진행되었다.

- 정효정 / 영은미술관 선임 학예사


전시실을 가득 메운 육각형의 기하학 구조는 김종옥 작가의 작품에 기본이 된다. 다양한 이미지들이 투영된 각각의 육각형들은 수학적 질서와 체계로 무장한 개별적인 프로파간다로 보이지만 가죽소재의 융통성 있는 특성과 작가의 설치 계획이 더해져 유동적 환경을 형성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자체가 고정된 의미를 갖게 하지 않고 다만 다른 양상의 질서를 더 찾을 수 있는 흔적이 되어 환경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간에 배치한다. 여기에 관객의 움직임까지 고려하여, 작품이 제공하는 환경과 관객 내면과의 상호 작용을 증폭시킨다. 관객의 행위에 따라 변화하는 빛과 그림자는 작품의 공간을 다른 환경으로 전환하면서 관객의 사고 과정과 함께 시공간을 초월한 새로운 풍경을 그린다.

김종옥 작가는 (만화경 도시, 2019)에 파스텔 톤의 가죽 레이저 컷 육각형 구조를 작품의 기본으로 선택했다. 메인에 위치한 다채로운 기하학 구성은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빛의 흡수와 방사를 반복하며 전시실을 차원을 넘는 몽환적인 공간으로 전환시킨다. 이곳에서 관객들은 색채가 갖는 시각적인 자극에 따라 과거의 기억과 무의식의 향수를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면, 무채색 계열을 선택한 (만화경 도시, 2020)는 ‘있음’과 ‘부재’를 인식하게 하는 지적 사유로 공간을 확장시킨다. 다채로움 속에서 나의 ‘있음’을 확인하고 평온한 차분함 속에서 아직은 ‘부재’한 그곳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작가는 <만화경 도시> 연작을 대비시키면서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현재’, ‘현전’, ‘현존’의 의미를 유연하게 해체하는 철학적 즐거움도 제공한다. ‘지금, 여기’라는 고정된 시공간을 의미하는 ‘현재’, 마주한 대상을 확인하는 ‘현전’, 그리고 그 속에서 인식되는 ‘현존’의 개념은 시간의 흐름과 신체의 물리적 이동 속에서 역설적으로 차츰 새로운 의미를 파생한다. 움직임의 행위는 다양한 풍경을 만나면서 연속된 현재를 만들고, 이와 동시에 마주하는 물리적 대상인 작품과 다수의 현전을 발생시키며, 작품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관객은 다양한 현존의 관념을 경험한다.

관객은 참여자이자 존재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대면한 작품을 통해 ‘있음’을 인식하는 하이데거식의 존재 규정 방식에서 현존의 관념을 시작하지만, 하이데거의 ‘본질성(Eigentlichkeit)’의 개념으로 향하진 않는다. 관객의 움직임과 시간의 경과는 ‘그 다음의’, ‘그 너머의’ 공간으로 향하는 문을 열며 새로운 ‘있음’을 경험하게 되며, 반복된 경험의 행위는 무한의 방사형과 같이 다수의 존재 인식으로 퍼지며 첫 대면에서 인식한 ‘있음’의 고유성을 상실한다. 처음의 존재 인식은 전시실을 나가면서 다수 “경험들(Erfahrungen)” 중 하나로 전환되어 ‘존재의 규명은 경험할 수는 있으나 머무를 수는 없다’는 데리다의 ‘차연’에 오히려 가까워진다고 할 수 있다.

작가가 구축한 수학적 질서의 유동적인 환경은 고정된 존재의 정의보다는 반복적으로 형성되는 사유 과정 모두를 포용하고 다른 공간으로 나아갈 문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처음에 구현된 관객과 작품 사이의 질서는 움직임과 시간의 경과에 따라 초월의 경험으로 안내하고 또 다른 문을 통해 다시 마주한 작품과의 사이에서 새로운 질서를 다시 만들어간다. 김종옥 작가는 단지 공간 속에 풍경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으며, 관객은 그 속에서 개인의 기억과 사유의 어떤 풍경을 하나 둘 만나게 될 것이다. ‘누구도’ 초대하지 않지만 흔적을 따라가면 ‘누구나’ 찾아 갈 수 있는 공간 속에서 그 풍경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 한국미술관 학예사 / 김윤경

김종옥 Jongock Kim

김종옥은 미국 시카고 미술대학(The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섬유와 재료의 물성연구를 전공하였으며, 동대학원에서 상호작용형 섬유 설치(Interactive Fiber Installation)에 관한 연구를 하였다. 귀국 후 2016년에 홍익대학교 디자인공예학과에서 섬유미술전공으로 인터랙티브 섬유 조형 연구(Interdisciplinary Art)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9년 8월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 제이킴(Jkiim)을 론칭하였다.

Jongock Kim Studied in the U.S.A at The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in Fiber And Material Studies department and researched about Interactive Fiber Installation during her master degree. After returning, She got Ph.D in Design and Craft department from Hongik University and her Thesis statement was about Interdisciplinary Art. She is currently Adjunct Professor of  Textile Art and Fashion Design Department at Hongik University and established fashion accessory brand JKiim on August, 2019. She has participated in eight solo exhibitions and a number of group exhibitions.

전시기간

6월 12일(토) ~ 7월 4일(일)

요금 및 비용

무료 관람

관람안내

- 별도의 예약없이 관람이 가능합니다.

- 전시 관람은 오전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됩니다.

- 오후 12시부터 오후1시까지는 점심시간으로 전시 관람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유의사항

<함께 완성하는 만화경 도시 : 서울>은 방역수칙 준수 하에 언제든 관람이 가능합니다.

문의

Mail. seoulbrhouse@gmail.com

Tel. 02-765-1375

배치도